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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었던 일을 해보며 생긴 오해와 깨달음들

by 다이어리1_1 2025. 4. 21.

퇴사 후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사는 삶을 상상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꿈을 좇는 길이 늘 낭만적이지만은 않다는 걸 깨닫게 했습니다. 이 글은 열정만으로는 부족했던 순간들, ‘돈’과 ‘현실’ 앞에서 다시 마주한 내 모습에 대한 고백입니다.

하고 싶었던 일을 해보며 생긴 오해와 깨달음들
하고 싶었던 일을 해보며 생긴 오해와 깨달음들

 

하고 싶은 일을 시작할 때의 설렘과 오해

 

퇴사 후 나는 오랫동안 미뤄뒀던 '하고 싶은 일'을 해보기로 결심했습니다. 명확하게 무언가가 정해져 있진 않았지만, 예전부터 흥미 있었던 그림, 글쓰기, 콘텐츠 제작 같은 것들을 하나씩 시도해 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회사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창조적인 활동으로 풀고 싶었고, 언젠가 이 일들이 돈이 될 수도 있을 거라는 기대도 있었습니다.

처음은 무척 즐거웠습니다. 아침에 알람 없이 일어나서 커피를 내리고,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스케치북을 펼치거나 키보드를 두드리는 하루. 시간의 제약도 없고, 누구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는 ‘진짜 나만의 시간’은 내가 원했던 삶의 모습이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마음속엔 어느새 이런 생각이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이제 나는 회사 없이도 내 일로 돈을 벌 수 있을 거야.”
그게 바로 첫 번째 오해였습니다. 하고 싶은 일을 시작한다는 건 곧 ‘일’이 된다는 뜻이고, 그것은 곧 시장과 마주해야 한다는 의미였습니다. 취미로 할 때는 몰랐던 디테일, 퀄리티, 일관성, 그리고 무엇보다 ‘수익성’이라는 장벽이 눈앞에 펼쳐졌습니다. 아무도 나의 그림을 사지 않았고, 글에는 반응이 없었습니다. 좋아서 시작한 일이 외면받을 때의 공허함은 예상보다 컸습니다.

그제야 알았습니다.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건, 하고 싶다는 감정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걸요. 내가 만든 것이 ‘누군가에게 의미 있게 받아들여지려면’ 생각보다 훨씬 많은 준비와 전략이 필요하다는 사실을요.

 

현실 앞에서 마주한 경제적인 무게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가장 먼저 마주한 건 ‘돈이 돌지 않는 삶’의 불안함이었습니다. 월급이 없다는 사실은 처음에는 괜찮아 보였지만, 고정 지출이 하나둘 빠져나갈 때마다 통장 잔액을 바라보는 시간이 길어졌습니다. 취미와 일 사이에서의 갈등도 컸습니다. 정말 즐기기 위해 시작한 일인데, 어느 순간부터 ‘이걸로 돈을 벌어야 한다’는 압박이 생기자 모든 게 의무처럼 느껴졌습니다.

가장 혼란스러웠던 것은, 나 스스로가 생각보다 ‘돈’에 영향을 많이 받는 사람이라는 사실이었습니다. 예전에는 물질적인 것에 얽매이지 않고, 좋아하는 일만 하며 살아도 괜찮을 거라 생각했는데, 막상 수입이 없고 카드값이 쌓이기 시작하니 그 생각이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주변 친구들은 승진하거나 해외여행 계획을 짜고 있는데, 나는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을 살 때도 고민을 거듭하는 사람이 되어 있었습니다.

‘꿈을 좇는 삶’은 분명 멋져 보이지만, 현실에서는 의외로 돈과의 타협이 많이 필요한 삶이었습니다. 생계가 안정되어 있지 않으면 창작도 흐트러지고, 불안한 감정이 지속되면 하고 싶은 일조차 즐길 수 없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절감했습니다. 결국 하고 싶은 일을 오래 지속하기 위해서라도, 일정한 경제 기반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걸 배웠습니다.

 

다시 돌아본 ‘좋아하는 일’의 의미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하고 싶은 일’에 대한 생각을 조금 바꾸게 되었습니다. 예전에는 좋아하는 일로 반드시 생계를 꾸려야 한다고 믿었지만, 지금은 그것이 반드시 정답은 아니라는 것을 인정하게 되었습니다. 좋아하는 일을 무리하게 수익화하려다 오히려 그 일 자체가 싫어지거나, 번아웃이 오는 경우도 많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지금은 ‘하고 싶은 일’과 ‘할 수 있는 일’을 분리해서 바라보기 시작했습니다. 생계와 관련된 일은 좀 더 안정적이고 시장성과 연결된 방향으로 접근하고, 진짜 즐거움을 주는 활동은 수익과 무관하게 유지하려고 합니다. 글쓰기, 그림, 명상, 산책 같은 활동은 수익이 되지 않더라도 나를 건강하게 만드는 일로 충분합니다. 오히려 그 여유가 있어야 내가 하는 일에도 성실해질 수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무작정 좋아하는 일에 올인하는 삶보다는, 그 일을 오래도록 좋아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삶. 그것이 진짜 ‘하고 싶은 일을 지키는 방법’이라는 걸 늦게나마 배웠습니다. 수익과 이상 사이의 균형, 열정과 안정 사이의 균형. 그 사이에서 흔들리며 다시 중심을 잡는 과정이, 퇴사 후 가장 값진 배움이었습니다.

‘좋아하는 일만 하며 살겠다’는 말은 아름답지만, 현실은 그보다 훨씬 복잡했습니다.
하지만 그 복잡함을 직접 겪고 나니, 좋아하는 일을 지켜내는 법도 알게 되었습니다.
지금 나는 예전만큼 이상적이지도, 완벽하지도 않지만, 더 단단해졌습니다. 하고 싶은 일을 더 오래, 더 깊게 하기 위해서는 나 자신에게도 ‘현실적인 기반’을 마련해주는 것이 가장 큰 배려임을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