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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 후 생긴 나만의 루틴: 아침 9시가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by 다이어리1_1 2025. 4. 22.

퇴사 후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은 하루의 구조였습니다. 더 이상 정해진 출근 시간은 없지만, 무너졌던 일상을 다시 세우기 위해 나만의 루틴이 필요해졌습니다. 이 글은 자유시간을 재구성하며 만들어낸 루틴이 내 삶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를 돌아보는 기록입니다.

퇴사 후 생긴 나만의 루틴: 아침 9시가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퇴사 후 생긴 나만의 루틴: 아침 9시가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아침 9시가 사라진 시간표, 처음엔 막막했습니다

 

퇴사를 하기 전, 내 하루는 철저하게 외부의 시간표에 맞춰져 있었습니다. 아침 7시에 일어나 씻고, 출근 준비를 하고, 9시까지 사무실에 도착해야 했습니다. 점심은 회사의 점심시간에 맞춰야 했고, 퇴근 이후의 시간도 피곤함 때문에 온전히 내 것이라 부르기 어려웠습니다. 그렇게 나는 늘 '정해진 시간에 존재해야 하는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퇴사 후, 그 시간표가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아침 9시는 더 이상 나를 호출하지 않았고, ‘무엇을 해야 할지 아무도 정해주지 않는 하루’가 펼쳐졌습니다. 처음엔 그것이 마냥 좋을 줄 알았습니다. 원하는 만큼 자고, 쉬고, 하고 싶은 일만 하며 하루를 보낼 수 있을 거라는 막연한 기대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며칠이 지나자 금세 혼란이 찾아왔습니다. 자유로움은 곧 무질서로 이어졌고,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날이 반복되면서 생활 리듬은 엉망이 되었습니다. 하루의 시작이 뒤로 밀릴수록 끝도 흐릿해졌고, ‘하루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는 날이 점점 많아졌습니다. 결국 깨달았습니다. 나는 ‘출근’이 아니라 ‘루틴’이라는 틀에 기대어 살아왔던 것이었고, 그것이 사라졌을 때 나의 시간은 쉽게 붕괴된다는 사실을요.

 

 

무질서에서 벗어나기 위해 스스로 만든 규칙

 

혼란이 길어지자 스스로를 위해 작은 규칙들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이것은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생산성’이 아닌, 내가 나답게 하루를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리듬이었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것이 나만의 루틴 만들기였습니다. 루틴이라 해서 대단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아주 단순하고 반복 가능한 것들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 오전 9시 이전에 일어나기 (알람은 없지만 자연스럽게 깰 수 있도록)
  • 눈 뜨자마자 물 마시기 → 창문 열기 → 스트레칭 5분
  • 오전에는 무조건 ‘내가 좋아하는 활동’ 1가지 하기 (산책, 글쓰기, 책 읽기 등)
  • 식사는 꼭 정해진 시간에 하기, 하루 한 끼 이상은 직접 요리하기
  • 하루 끝에는 짧은 일기와 내일 할 일 간단히 메모하기

이 루틴을 지키는 일은 생각보다 많은 것을 바꿔주었습니다. 우선 하루에 일정한 흐름이 생기면서 ‘시간이 흘러가는 감각’을 다시 회복하게 되었습니다. 이전에는 하루가 허무하게 지나간다는 느낌이 강했다면, 이제는 ‘내가 하루를 채우고 있다’는 감정이 생겼습니다. 또한 규칙이 있으니 나태해지려는 순간에 ‘스스로를 붙잡을 무언가’가 존재하게 되었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었습니다.

루틴이 있다는 건 어떤 기준 없이도 하루를 정리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했습니다. 아무것도 성과를 내지 못한 날이라도, 내가 정한 작은 규칙들을 지켰다면 ‘오늘도 잘 살아냈다’는 위안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 안정감은 하루하루 쌓이면서 나를 다시 균형 있는 상태로 되돌려놓았습니다.

 

 

내가 만든 루틴이 삶을 바꾸는 방식

 

루틴이 일상이 된 지금, 나는 퇴사 직후의 혼란스러웠던 나와는 다른 사람이 되어 있습니다. 지금의 나는 더 이상 아침 9시에 쫓기지 않지만, 오히려 더 일찍 하루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내가 그렇게 하기로 선택했기 때문입니다.

루틴은 단순히 일정한 시간에 반복하는 행동이 아닙니다. 그것은 내 삶의 기준점이 되었고, 스스로를 돌보는 방식이 되었습니다. 매일 아침 스트레칭을 하며 몸의 긴장을 풀고, 따뜻한 차를 마시며 나에게 ‘오늘 하루도 괜찮을 거야’라고 말해주는 시간. 그 시간들이 반복되며 나는 조금씩 더 단단해졌고, 하루를 ‘어떻게 시작하느냐’가 결국 하루 전체의 분위기를 바꾼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도, 나만의 루틴은 ‘내가 내 삶을 주도하고 있다’는 감각을 되찾게 해 주었습니다. 회사에 다닐 때는 내 시간의 많은 부분이 타인의 요구에 따라 흘렀지만, 지금은 작더라도 모든 시간을 내가 선택하고 있다는 점에서 삶의 만족도가 훨씬 높아졌습니다. 물론 모든 날이 완벽하지는 않습니다. 가끔 루틴이 무너지는 날도 있고, 의욕이 바닥날 때도 있지만, 그런 날에도 다시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바로 이 루틴이었습니다.

 

퇴사 후 나만의 루틴을 만든 건, 새로운 ‘출근’을 정한 것과 같았습니다.
그 출근지는 사무실이 아니라 내 마음이고, 시작 시간은 아침 9시가 아닌 내가 정하는 시점입니다. 루틴은 나를 구속하지 않으면서도, 나를 나답게 살아가게 하는 가장 부드러운 질서였습니다. 이제는 그 루틴 덕분에, 나는 매일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