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를 했다는 말을 꺼내는 순간, 다양한 반응들이 돌아옵니다. 어떤 반응은 따뜻했고, 어떤 반응은 의외로 불편하게 다가왔습니다. 이 글은 퇴사 사실을 알렸을 때 받았던 실제 반응들과, 그 속에 숨겨진 마음의 결을 솔직하게 풀어낸 이야기입니다.
“와, 부럽다!” – 겉으로는 부러움, 안으로는 복잡함
가장 많이 들은 말 중 하나는 “와, 진짜 부럽다”였습니다. 회사 다닐 때 늘 지쳐 보였던 친구, 일주일에 세 번은 퇴사하고 싶다고 말하던 동료들이 그렇게 반응했습니다. 처음엔 그 말이 위로처럼 들렸습니다. ‘내가 잘한 선택이었구나’ 싶은 확신도 생겼고요.
하지만 대화를 조금만 더 이어가 보면 그 ‘부럽다’는 말은 단순한 감탄이 아니었습니다. “나는 못 그만두지”, “나는 책임질 게 많아서”라는 말이 꼭 따라왔고, 그 말 속에는 ‘그래도 넌 부담이 덜하니까 가능한 일’이라는 뉘앙스가 있었습니다.
그 순간 느껴졌습니다. 이 부러움은 나를 향한 응원이 아니라, 그들의 ‘하지 못한 선택’에 대한 복잡한 감정이 섞인 반응이란 걸요. 그리고 어쩌면, 그 감정은 내게도 익숙했습니다. 나 역시 회사에 있을 땐 퇴사한 누군가를 부러워하면서도 동시에 ‘그건 나와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라고 선을 그었던 사람이었으니까요.
“근데, 다음은 뭐 할 건데?” – 걱정인가, 심문인가
“퇴사했어.”
이 한마디에 가장 빠르게 날아오는 질문은 “그래서 이제 뭐 할 거야?”였습니다. 특히 부모님, 가까운 가족, 그리고 오랜 친구일수록 이 질문은 빠르고 강하게 튀어나왔습니다. 말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단순한 궁금증일 수 있고, 진심 어린 걱정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질문을 들은 당사자로서의 나는 순간적으로 '검증'을 요구받는 기분이었습니다. '퇴사'라는 선택이 정당하려면, 그 뒤에 뭔가 있어야만 한다는 전제가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계획은 있어?”, “쉬기만 할 거야?”, “다른 데 이직하려고?”와 같은 연속 질문들이 이어질 때면, 나도 모르게 변명하듯 대답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하지만 사실 퇴사 직후의 나는, 계획보다 쉼이 필요했을 뿐입니다.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 위해 퇴사한 것이 아니라, 지금의 일에서 멈춰야겠다는 간절함으로 그만둔 것이었는데, 그 감정을 설명하기란 참 어렵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지금의 내 상태를 타인이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걸 알기에, 그 질문이 때론 걱정보다는 압박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괜찮아? 힘든 일 있었어?” – 말하지 않아도 느끼는 온기
반면에 정말 가슴 깊이 와 닿았던 반응도 있었습니다. “괜찮아?”, “너무 무리한 거 아니었어?”, “마음은 좀 어때?”
이런 말을 건네는 사람들은 대체로 내 표정이나 말투를 살피며, 내가 꺼낸 퇴사라는 단어 뒤의 감정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먼저 보여주었습니다. 그들은 내가 선택한 결과보다 그 선택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에 더 귀를 기울여 주었습니다.
신기하게도 이런 사람들과의 대화에서는 내가 말하고 싶지 않았던 감정까지 조금씩 흘러나왔습니다. “사실 너무 지쳤었어.”, “하루하루 버티는 게 너무 힘들었거든.”
내가 이런 말을 꺼낼 수 있었던 건, 그들이 내 마음의 안부를 먼저 물어봐줬기 때문입니다.
퇴사했다는 사실만큼이나 중요한 건, 그 퇴사가 어떤 감정의 결과였는지를 알아봐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 사람 앞에서는 위로가 굳이 말로 설명되지 않아도 됩니다. 그저 “잘했어” 한 마디면 충분하고, “너는 지금도 괜찮은 사람이야”라는 눈빛이면 위로가 됩니다.
“이제 뭐 좀 해보려는 거야?” – 응원인가, 무언의 기대인가
간혹 퇴사를 말하면 “그럼 이제 네가 진짜 하고 싶었던 거 하는 거야?”라며 기대에 찬 반응을 보이는 경우도 있습니다. 마치 ‘이제 너의 인생 2막이 시작되겠구나!’ 같은 분위기입니다. 이 반응은 한편으로는 고맙고 든든하지만, 때때로 그 ‘응원’이 보이지 않는 부담으로 다가올 때도 있습니다.
“너는 잘할 수 있을 거야.”라는 말은 격려일 수 있지만, 그 말 뒤에는 묵직한 기대가 따라옵니다. “잘돼야 해.”, “그래야 퇴사한 보람이 있지.”
결국 나는 그 말에 부응하고 싶은 마음에 조급해지고, 아직 방향을 찾는 중인 현재의 나를 부끄러워하게 됩니다.
응원이 때론 무게로 다가오는 이유는, 아직 나 자신도 내 방향을 완전히 정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진심 어린 격려임을 알지만, 그 안에 깃든 ‘성공적인 서사’의 기대는 때로 나를 초조하게 만듭니다. 퇴사 이후의 삶이 꼭 특별해야만 하는 것은 아닌데, 나도 모르게 특별함을 증명하려 들게 되는 겁니다.
“그 용기, 나도 있었으면…” – 공감과 결심 사이의 경계
그리고 또 하나, 조용히 퇴사했다고 말했을 때 가장 인상 깊었던 반응은 “나도 언젠가 그렇게 할 수 있을까?”라는 말이었습니다. 이 말은 부러움도, 걱정도 아닌, 한 사람의 내면 깊은 고민과 연결된 진심이 느껴지는 반응이었습니다. 특히 지금 회사생활이 힘든 친구일수록 이 말을 조용히, 그러나 진심으로 꺼냈습니다.
이런 대화를 나누고 나면, 내가 퇴사를 했다는 사실이 누군가에게는 '선택할 수 있는 가능성'처럼 느껴지기도 한다는 걸 깨닫습니다. 나의 이야기가 누군가에게는 ‘내 삶에도 다른 방식이 있을 수 있다’는 조심스러운 믿음을 주기도 한다는 걸요. 그 반응 속에는 ‘나도 나를 지켜내고 싶다’는 바람이 묻어 있었습니다.
물론 누구나 퇴사를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 선택을 말할 수 있고, 누군가가 그것에 귀 기울여줄 수 있다면, 이미 그 순간부터 작은 변화는 시작된 것이라고 믿습니다.
퇴사를 말하는 순간, 사람들의 반응은 다양했습니다.
누군가는 부러워했고, 누군가는 걱정했고, 또 누군가는 그냥 조용히 공감해 주었습니다.
그 반응 하나하나에 마음이 흔들리기도 했지만, 결국 중요한 건 타인의 반응보다 내가 내 선택에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느냐였습니다. 그리고 나는 매번 그렇게 다짐합니다.
“지금의 나는, 내 삶을 선택했고, 그 선택을 매일 살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