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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다닐 때보다 더 바쁘다’는 말의 진짜 의미

by 다이어리1_1 2025. 4. 24.

퇴사하면 시간이 넘칠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무직자’가 된 후에도 매일이 바쁘기만 했습니다. 이 글은 직장 없이도 바쁜 하루를 보내게 되는 이유와, 그 바쁨 속에서 다시 발견한 삶의 밀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직장 다닐 때보다 더 바쁘다’는 말의 진짜 의미
‘직장 다닐 때보다 더 바쁘다’는 말의 진짜 의미

 

직장이 없어도 할 일은 넘쳐난다

 

퇴사를 하면 한가할 줄 알았습니다. 회의도 없고, 보고서도 없고, 지시도 없으니 하루가 한없이 느긋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직장을 그만두고 보니, 예상과는 전혀 달랐습니다. 자유가 생긴 만큼, 오히려 할 일이 훨씬 더 많아졌습니다.

무슨 일이 그렇게 많냐고요?
우선 하루의 리듬을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였습니다. 예전에는 출근 시간에 맞춰 일어나고, 점심시간이 되면 밥을 먹고, 퇴근하면 그대로 하루를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퇴사 후에는 그 모든 시간표를 내가 직접 구성해야 합니다. 일어나고, 움직이고, 식사하고, 쉬고, 자기까지의 루틴을 전부 주도적으로 정해야 하기에, 오히려 더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게 됩니다.

또한 퇴사 이후에는 내가 하고자 했던 일들을 하나둘씩 시도하게 되면서, 일과 취미, 공부, 기록, 자잘한 행정 업무까지 스스로 해내야 할 일들이 끝도 없이 생겨납니다. 예전엔 회사에서 다른 부서나 동료가 도와주던 일들도, 이제는 모두 ‘내 몫’이 됩니다. 심지어는 세금, 건강보험, 주민센터 업무 같은 것도 혼자 챙기고 해결해야 하니, 자잘한 일들이 하루를 꽉 채우기 일쑤입니다.

‘바쁨’의 종류가 다른 겁니다. 회사에 있을 땐 외부로부터 주어진 일정에 반응하느라 바빴다면, 퇴사 후의 바쁨은 내가 선택하고 책임지는 시간의 연속이라는 점에서 더 체감이 크게 다가옵니다.

 

 

내가 주도하는 삶이기에, 오히려 멈추기 어렵다

 

퇴사 후 삶은 ‘자유’ 그 자체입니다. 하지만 그 자유는 매 순간 나 자신이 선택해야 하는 책임의 연속이기도 합니다. 무엇을 할지, 어디에 에너지를 쓸지, 오늘은 쉴지, 일할지, 만나러 갈지… 모든 선택의 기준은 ‘나’에게 있습니다. 회사에 다닐 땐 선택의 여지가 적었기에 오히려 생각할 것도, 결정할 것도 덜했는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나는 퇴사 이후 더 자주 스스로를 재촉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한가롭게 있어도 될까?”, “뭔가 해야 하는데 지금 너무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자주 들었습니다. 자유롭게 시간을 쓸 수 있게 됐지만, 그 자유를 어떻게 써야 하는지 몰라 불안했고, 그래서 더 분주하게 하루를 채우려 했습니다.

 

결국 내가 바빠진 이유는 단순히 할 일이 많아서가 아니라, 내가 내 시간을 책임지는 방식이 미숙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정답이 없다는 것이 자유의 장점이자 불안의 근원이기도 했습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끊임없이 뭔가를 하려는 스스로의 압박, 그것이 퇴사 후의 바쁨을 만들어냈습니다.

또한, 퇴사 후에는 ‘보이지 않는 성과’를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에 더 많은 행동으로 그 공백을 메우려 하기도 했습니다. 매일 글을 쓰고, 콘텐츠를 기획하고, 나름의 루틴을 지키지만, 회사처럼 월말 보고서가 있는 것도 아니고, 누가 피드백을 주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일하고 있다’는 감각이 약해집니다. 그래서 무의식적으로 ‘계속 움직이기’로 그 공허함을 덮으려 했던 것 같습니다.

 

 

바쁘다는 건, 내 삶이 내 손에 있다는 증거

 

그래서 이제는 인정하게 되었습니다. 퇴사 후에도 바쁜 건, 오히려 좋은 신호일 수 있다는 걸요.
회사에 다닐 땐 주어진 일에 반응하는 삶이었다면, 지금은 내가 삶을 구성하고 실험하고 실행하는 사람이라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내 하루는 더 이상 회사 달력에 의해 움직이지 않고, 누군가의 계획에 맞춰 흘러가지도 않습니다. 내 손으로 짠 시간표, 내가 고른 일, 내가 설계한 흐름. 그 안에서의 바쁨은 불편하지만, 동시에 건강한 에너지를 주기도 합니다.

물론 피로가 쌓일 땐, 의도적으로 멈추는 훈련도 필요하다는 걸 배웠습니다. ‘바쁘다’는 말이 자랑이 아니라 경고음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요즘은 하루 중 일부러 멍 때리는 시간, 산책 시간, 책을 느리게 읽는 시간을 넣으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자유의 의미는 멈춤과 움직임을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데 있다는 것을, 이제는 조금씩 실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퇴사 후의 바쁨은 외부의 평가가 아닌 내 내면의 리듬에 맞춘 움직임이라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다릅니다. 그 안에는 성장을 위한 실험이 있고, 실패를 감당할 용기도 있으며, 스스로를 조율해 가는 훈련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바쁘지만 덜 소진되는 이유는, 그 바쁨의 주인이 나 자신이기 때문입니다.

‘직장 다닐 때보다 더 바쁘다’는 말은 단순한 농담이 아니었습니다.
퇴사 이후의 삶은 생각보다 할 일이 많고, 생각할 것도 많고, 결정해야 할 일들이 끊임없이 몰려왔습니다. 하지만 그 바쁨은 예전의 소진과는 다른 결입니다. 내가 선택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실감, 그 자체가 주는 동력이니까요.

그리고 지금의 나는, 바쁘게 살면서도 조금씩 단단해지고 있습니다.